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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하늬 "목숨 바쳐 '역적' 해야겠다고 생각"
기사입력 : 2017.05.31 오전 8:00
이하늬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이하늬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역적' 속 이하늬가 그만의 '장녹수'라는 꽃을 피웠다.


판소리, 장구춤, 승무 등을 수려한 실력으로 소화한 이하늬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품고 간 '장녹수'를 그 누구보다 처절하고 애달프게 표현해내며 '역대 최고의 장녹수'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하늬에게 장녹수도, 장녹수에게 이하늬도 시공간을 초월한 캐릭터이자 사람으로 작품 안에 담아냈다.


"'역적'은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장녹수를 얼마나 새롭게 재해석하느냐에 초점을 뒀어요. 실존 인물이라 다가가기 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도, 장녹수 캐릭터도 성공을 누린 것 같아요. 저는 이하늬가 해야만 하는 장녹수에 집중했는데, 처음부터 장녹수에 대한 재해석 코드가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의 전사를 쓰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여자로서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시대에 온갖 수모를 겪는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하게 됐고요. 한 번쯤은 꿈을 향해 나아갔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면서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고,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생각해보면 토반은 작가님이 다 만들어 주셨고 놓친 점은 감독님이 챙겨주셨죠. 제겐 잊지 못할 작품이 됐어요."


이하늬는 김진만 감독과의 첫 만남, 첫 미팅에서 "장녹수는 실제로 예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두 가지를 놓치지 않을 건데 하나는 연기자 이하늬, 또 다른 하나는 예인 이하늬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예인 장녹수, 예인 이하늬'를 녹여낸 김진만 감독의 열정과 집념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시대를 사는 여자 관기가 조선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까지를 그려야 했는데, '역적'에서는 인간 녹수부터 예인 녹수, 여자 녹수 더 나아가 혁명가 녹수까지 집중하며 재해석했어요. 장녹수는 사료에 많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요. 연산은 역사가 손실되고 왜곡된 부분을 이제야 재해석해내고 있잖아요. 연산도 성종 같은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는 없었는데 초반 정치 행보를 보면 연산의 캐릭터가 나와요. 우리 드라마에 연산의 열등감이나 그의 정치 세계 등이 잘 담겼어요."


"감독님이 장녹수와 연산을 재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크셨어요. 황지영 작가님도 사학과를 나오셨고, 감독님도 사학을 부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두 분 다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죠. 우리가 역사를 왜곡할 필요는 없지만, 진실을 규명하고 재해석할 필요는 있다고 얘기했어요. 저도 연산의 재해석 코드에 관심이 있었고 흥미로웠어요. 이를 건드리는 감독도 처음이어서 복불복이겠다 싶었는데, 작가님의 뚝심과 감독님의 디테일한 감성이 '역적'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김진만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이하늬는 "녹수가 마지막에 돌을 맞아 죽는다"는 얘기를 듣고 흥타령을 떠올렸다고 했다. "한창 흥타령에 꽂혀있을 때였어요. 감독님께 녹수가 돌을 맞아 죽는다면 이 노래를 부르면서 죽을 것 같다며 흥타령을 짤막하게 불렀죠. 그게 감독님과 저의 연결고리가 된 것 같아요. 승무는 아껴뒀다가 영화나 공연을 만들었을 때 멋있게 하려고 아껴뒀는데 아낌없이 풀었어요."


'역적' 10회에서 이하늬는 승무의 아름다운 선을 표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드라마 최초로 선보인 승무는 공개되자마자 포털사이트 조회수 15만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악과 한국무용이 생소해서 대중에게 먹힐지 고민됐어요.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죠. 그때 버선코, 첫발에 모든 게 다 들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타이트하게 발을 따주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목숨 바쳐서 이 작품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악을 전공해서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던 이하늬는 김진만 감독이 첫 만남에 했던 그 약속처럼 '역적'을 통해 배우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예인으로서의 매혹적인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


"20대에는 '화'로 가는 에너지가 시작도 빠르고, 빨리 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30대에는 나와 싸우게 돼요. 순수 열정이요. 돈을 안 받고도,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목숨 걸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게 되는 거죠. 저도 열정은 많고 갈증도 많아서 점점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분별력이 있다기보다는 조금씩 나아가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에요."


이하늬는 연기자로서 슬럼프를 겪으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서이숙 언니한테도 물어봤어요. 마지막회를 보는데 바늘로 과녁을 통과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대사를 하더라고요. 너무 부럽고 닮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거짓말 안하면 돼'라고 하셨어요. 거짓말은 아니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태도가 있어요. 근데 연기 앞에서는 온전히 진실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이상한 구조 안에 갇히게 돼요. 그래서 배우들이 사람을 잘 안 만나는 걸 수도 있어요.(웃음)"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배우 이하늬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지 묻자 "격렬하게 놀고 싶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작품 생각 안 하고 싶어요.(웃음) 개봉 예정인 작품도 두 개나 있거든요. 휴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6월에는 여행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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